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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학술동향] 1천년 전 실크로드 유목민도 고양이를 길렀다

    관리자 2020-09-02 426

    [사진 1] 잔켄트 유적지에서 출토된 고양이 유골

     

                       실크로드 유목민도 고양이를 길렀다

     

      중세 초 터키계 유목민인 오구즈 족이 살던 카자흐스탄 남부 잔켄트 유적지에서 완벽하게 보존된 고양이 유골이 발견되면서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를 둘러싼 역사가 새로 쓰이게 됐다. 이 고양이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지만 사람의 돌봄 덕분에 생존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애슐리 하루다 독일 마틴 루터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이 실크로드의 교통 요충인 잔켄트 유적지의 성곽에서 발견한 고양이 유골을 3차원 이미지와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9일 치에 실렸다.

     

    잔켄트 유적지 위치. 애슐리 하루다 외 (2020)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지도 1] 잔켄트 유적지 위치. 애슐리 하루다 외 (2020)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탄소 연대측정 결과 이 고양이는 서기 775∼940년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오구즈 족은 지중해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이 지역에서 양, 염소, 소 등을 치며 살았다. 그런데 가축과 물고기 뼈와 함께 발굴된 고양이 뼈는 이 동물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보여줬다.

      수컷 성체로 밝혀진 이 고양이는 추락으로 인한 부상 탓인지 앞발과 뒷발 등 3곳이 골절됐다가 치유가 진행 중이었다. 송곳니를 포함해 다른 이들도 빠졌고 역시 이뿌리에서 상처가 스스로 낫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스스로 먹이를 찾기는 불가능하다. 놀랍게도 뼈의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 이 고양이는 함께 출토된 개보다 훨씬 단백질이 풍부한 먹이를 섭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루다 박사는 “사람들이 고양이를 잘 먹이는 등 정성껏 보살폈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목민은 왜 고양이를 기르게 됐을까. 아프리카 야생고양이에서 기원한 집고양이는 약 8000년 전 농경이 시작된 중동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가축화했다고 알려진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이 고양이는 중앙아시아 초원의 야생고양이와는 무관했고, 중동의 집고양이와 유사했다.

      카자흐스탄에는 19세기 러시아 제국에 흡수되면서 고양이가 보급됐으며, 이전에 고양이를 기른 기록은 지금까지 없었다. 하루다 박사는 “(알려진 것보다 1000년 전인) 8세기에 잔켄트 지역에서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길렀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구즈 인들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동물만 길렀다. 예를 들어 개는 가축을 돌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로선 고양이는 어떤 쓸모도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당시 유목민이 고양이를 기른 것은 쓸모가 아니라 ‘신기한 애완동물’을 기르는 문화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았다.

      당시 잔켄트는 외딴 초원의 도시 주거지였지만 실크로드의 무역·상업망에 편입돼 있었다. 유목민들은 대상이 실어나르던 교역품에 들어있던 신기한 동물을 얻어 길렀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자들은 “이 마을 사람들은 이전의 초원 사람들과 애완동물을 보는 시각이 달랐다. 그들은 동물이 죽을 때까지 정성껏 돌봤고 좋은 먹이를 주고 치료를 해 줬다. 이 작은 고양이는 결국 실크로드 최초의 고양이가 됐을 뿐 아니라 유목민과 도시민 사이의 복잡한 상호관계를 증명해 주고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닭이나 토끼 등도 애초 가축이 아니라 신기한 애완동물로 교역의 대상이 됐고 나중에 가축화했다고 알려진다.

      인용 저널: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0-67798-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출처: 한겨례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companion_animal/953451.html#csidx16aaa3529dcf14dba4470612a669080 

    *본 게시물은 해당 기사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학계 견해와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