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학술동향]북경 유리하 유적의 최근 발굴조사 성과
경희대학교 한국 고대사 고고학 연구소 2022-06-25 637
[사진 1] 2019~2021년 발굴조사에서 수습된 동과와 동궤 (이하 출처 참조)
북경 유리하 유적의 최근 발굴조사 성과
이후석(경희대학교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연구교수)
북경 유리하 유적은 북경시(北京市) 방산구(房山區) 유리하진(琉璃河鎭)에서 북쪽으로 약 1.5km 떨어진 대석하(大石河) 주변의 충적대지 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유적은 서주시대 연국의 도성 유적이다. 1940년대 이래 유적의 존재가 알려졌고, 1973년 중국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와 북경시문물공작대가 공동으로 발굴조사에 착수하여 서주시대 연국의 존재를 밝혀냈다.
유적에는 연국의 취락구와 궁전구가 있는 동가림토성(董家林土城)을 비롯하여 200기가 넘는 지배층의 공동묘지인 황토파묘군(黃土坡墓群) 등을 확인하였으며, 출토되는 청동용기 중에 “匽)侯” 등의 명문들이 다수 확인됨에 따라 기원전 11세기경 서주 왕실이 북경 일대에 연나라를 봉국(封國)하였음이 밝혀졌다. 현재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로 지정하여 중국의 중요 국가유산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2019~2021년의 3개년간 중국사회과학원고고연구소, 북경시문화유산연구원과 북경대학 고고문박학원 등이 공동으로 유적 중심부인 성지구(城址區)와 묘장구(墓葬區)를 발굴조사하여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성지구에서는 서주시기 건물지 3동이 확인되었는데, 모두 토성 운영과 관련되는 지상건물지에 해당된다. 또한 퇴적층에서 출토된 토기편을 통해 서주 전기에 건립되어 서주 후기에 폐기되었음을 추정하였는데, 이는 서주 중기에 토성이 폐기되었다는 기존 통설과는 매우 다른 결과로서 주목된다.
묘장구에서는 서주 전기에 해당되는 무덤 5기(M1901~M1905)가 확인되었다. 다만 무덤 5기 중에 2기(M1901, M1903)은 1975년에 이미 조사된 것이며, 3기 중에 1기(M1902)만이 보존 상태가 양호했다. 유리하 1902호묘는 전형적인 서주계통 목곽묘에 해당된다. 그 규모는 남북 길이 3.5m, 동서 너비 2.1m에 불과하여 다른 무덤들에 비해 작고, 출토유물 역시 다른 무덤을 압도하지 못해 중소형의 높지 않은 귀족묘로 추정되고 있다. 묘광 북벽 쪽에 있는 감실에는 양뼈와 도력(陶鬲)이 매납되었고, 다른 부장품은 주로 묘광 북쪽의 목관과 목곽 사이에서 발견되었다. 부장유물들은 청동무기도 보이지만, 주로 청동예기와 도제예기가 확인된다. 특이하게 40대 성년 남자와 함께 어린 양이 함께 묻혔음이 밝혀져서 주목된다. 또한 서주 초기의 명문 청동용기(동준-동유-동작)가 출토되어 서주 왕실의 소공(召公)이 유리하에 와서 도성을 건설하였음을 또 한번 확인하였다.
북경 유리하 유적의 도성 관련 시설은 서주 전기(기원전 11~10세기경)에만 운영되었으며, 서주 중기(기원전 10~9세기경)에는 토성을 비롯하여 유구가 급감하고, 상위등급 무덤 등이 확인되지 않아 실체가 불분명할 정도로 쇠퇴하였다고 보는 견해들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그와 같은 서주 연국의 쇠퇴 배경으로 토착집단과의 갈등이나 북방계통 민족들의 남하 등을 지목하는 견해들이 많았었다. 금번 조사결과 토성 내의 건물지가 서주 후기까지 운영되었음이 확인됨에 따라 서주 중기 이후 연국의 실체에 대한 논쟁이 다시 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 및 참고자료
北京琉璃河遺址再次“出手不凡, 『光明網-光明日報』 2021-12-08,
(http://kaogu.cssn.cn/zwb/xsdt/xsdt_3347/xsdt_3348/202112/t20211208_5380042.shtml)
琉璃河遺址出土西周重要銘文 實證北京三千年建城史, 『國家文物局』 2021-12-24.
(http://kaogu.cssn.cn/zwb/xsdt/xsdt_3347/xsdt_3348/202112/t20211224_5385012.shtml)
琉璃河遺址 兩段銘文共證北京三千年建城史, 『人民日報海外版』, 2022-01-11,
(http://kaogu.cssn.cn/zwb/kgyd/kgsb/202201/t20220111_5387903.shtml
국립문화재연구원, 2022. 02., 『중국 고고학 동향』 2022년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