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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소 학술동향] 탈라스 전투서 패한 고선지, 동·서 교류 새 물꼬 트다

    관리자 2023-09-10 16:54 603

    탈라스 전투서 패한 고선지, 동·서 교류 새 물꼬 트다

    강인욱(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연구소장)

    세계문명사 바꾼 751년 탈라스 전투

    고구려 유민 출신의 고선지(?~755) 장군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당나라 서역 정벌의 일등공신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가 활약한 751년의 탈라스 전투가 유명하다. 탈라스 전투는 현재 키르기스스탄 근처에서 일어난 세계사적 전쟁이다. 한동안 전쟁의 두 당사자였던 중국과 아랍 세계에서는 잊혀갔지만, 지금의 유라시아 판도를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역사적 비중이 크다. 현재 탈라스 전쟁을 기억하는 또 다른 나라는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다.

    세계적 인물로 인정받은 고선지

    고선지는 당나라 최대 강역을 차지하던 안서도호부 도독을 지냈다. 서기 751년 아랍 아바스 왕조와 지금의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인 탈라스 평원에서 ‘탈라스 전투’를 치렀다. 비록 고선지는 패했지만 세계 문명사를 바꿔놓은 전투로 꼽힌다.

    탈라스 전투에 대한 전문 연구는 매우 적은 편이다. 고선지 관련 기록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고선지라는 이름은 당나라 역사에만 등장할 뿐 아랍 쪽 기록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나마 남아있는 중국 기록도 불충분하다. 출생연도가 없고, 고구려 출신 장군인 고사계의 아들로만 전해진다.

    탈라스 전투는 고구려 멸망 83년 후에 일어났다. 고선지가 태어난 것은 고구려 패망 30~40년이 지난 뒤, 중국 어딘가에서다. 아버지와의 나이 차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선지는 한국사·동양사를 뛰어넘는 가장 세계사적인 인물이다. 그를 이해하려면 한국·중국은 물론 아랍문화 확산, 중세 실크로드 고고학 등을 알아야 한다.


    서기 751년 아랍 아바스 왕조와 중국 당나라가 격돌한 탈라스 전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 고구려 유민 출신의 고선지 장군이 중국 군대를 이끌었다. [유튜브 캡처]

    전투 이후 1000년간 잊혀져

    탈라스 평원탈라스의 광활한 풍경. 저 멀리 탈라스 산맥을 빠져나온 고선지의 부대는 이곳 어딘가에서 전쟁을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 


    고선지는 험난한 톈산산맥과 파미르 고원을 넘어 연승에 연승을 거뒀다. 그의 유일한 패배가 탈라스 전투였다. 정작 수십 명 사절단을 이끌고 톈산산맥을 넘어 중국에서 영웅시하는 장건의 ‘서역착공’과는 비교가 안 되는 무공이었다.

    반면 탈라스 전투는 한동안 완전히 잊힌 사건이었다. 당나라와 아랍 모두 그 이후로 더 이상의 충돌을 피했기 때문이다. 당나라는 탈라스 전투 이후 서역 진출을 시도하지 않았다. 중국은 1000년이나 지난 후에야 다시 중앙아시아로 들어갔고, 그나마도 한족이 아닌 만주족이 수립한 청나라 때였다.

    아랍권에서도 완전히 사라진 전쟁이었다. 이란 출신의 이슬람 역사가 알타바리(Al-Tabari)가 9~10세기 역사를 집대성한 『역사』에도 탈라스 전투는 빠져있다. 당시 당나라 대군을 무찌른 아바스 왕조도 이후 탈라스 계곡 너머 동쪽으로 진격하지 않았다. 탈라스를 기점으로 두 문명은 오히려 경계선을 분명히 그은 것처럼 지내게 됐다.

    세기의 전투가 왜 이렇듯 철저히 잊혔을까. 의문투성이다. 한데 그 답은 중앙아시아의 토착세력에 있다. 당나라와 아바스 왕조 사이에는 실크로드 오아시스를 거점으로 나라를 만들며 살았던 투르크계 주민이 있었다. 이들은 이 지역을 장악한 페르시아 계통의 소그드왕국을 밀어내고 세력을 키워왔다. 아랍이나 중국 모두 투르크 국가들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고선지도 부대원의 상당수를 현지 도시국가에서 지원받았다.

    고선지가 패배한 결정적 원인은 투르크계 국가 카를루크의 배반이었다. 전쟁 과정도, 결과도 모두 투르크계 사람들이 좌우한 셈이다. 전쟁 직후 두 강대국 세력이 물러가고 결국 토착민이 만든 왕조가 번성했으니, 실제 승자는 바로 중앙아시아의 원주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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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니언: 강인욱의 문화재전쟁

    [강인욱의 문화재전쟁] 탈라스 전투서 패한 고선지, 동·서 교류 새 물꼬 트다 | 중앙일보 (joongang.co.kr)